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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무림맹 본청금일, 많은 인파가 본청을 찾았다.
안갯속 정국인지라, 맹주 주재하에 회의는 연일 열렸지만, 오늘은 특별히 원로들과 군사, 제갈혁도 참관하는 정기회의일인 까닭이었다.
더불어.
“백 방주님도 계셨군요!” 비록 외부인이지만 여러 분야에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는 백인화도 참석하였다.
“제갈 군사. 어서 오시구려. 허허허.” “하하! 백 방주님 같은 기인께서 본맹의 고문이 되어주시니 참으로 든든합니다.” “고문이라니요. 당치 않소. 군식구 취급이나 안 당하면 다행이지요.” “누가 백 방주님을 군식구 취급한단 말입니까? 하하하. 그냥 이번에 전우치 처사처럼 중원에 자리를 잡으시는 게 어떠신지요?” “허허! 내 젊은 시절부터 중원을 제집처럼 드나들었지만, 태생은 고려인이외다. 아무렴, 고향 땅보다 좋을 리 있겠소? 악왕성의 정체를 낱낱이 드러내고, 흑막이 소강 되면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이오.” 뛰어난 무공과 신비한 능력을 소유한 백인화는 그에 걸맞은 인성을 겸비하여 무림맹의 대부분이 존경해마지 않았다.

특히 군사 제갈혁과는 사이가 각별했는데, 두 사람 다 공능, 술법, 기문, 파워볼게임 기환술에 능통한지라, 서로 간을 관통하는 유대감이 짙은 모양.
그렇게 두 사람이 대화를 주고받을 때였다.
“맹주님 입회하십니다.” 홍련사태가 회의실로 들어섰다.
동시에 좌중의 모든 이가 시립하여 포권지례하였다.
“어서 오십시오, 맹주.” “고생이 많으십니다.” “어서 오십시오!” 그러자.
“다들 참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잖아도 오늘은 특별히 중차대한 사안을 공표할 참이었으니 말입니다.” 석좌로 자리한 홍련사태는 비장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얼마 전, 본청으로 황실 기관인 동창의 인물들이 압송되었습니다. 저는 비밀리에 그들을 취조하였고, 그 과정에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 사실은…….” ***
‘그럴 수가!’ ‘세상에…’ ‘믿을 수가 없구나!’ 홍련사태의 말이 끝나는 순간, 모두의 얼굴에 경악의 빛이 스쳤다.

그럴 수밖에 없을 터.
홍련사태 스스로도 믿기 힘든 엔트리파워볼 눈치였으니까.
“확실한 건, 아직 알 수 없습니다. 하나 한 태감이 백련교의 조력자라는 점. 백련교가 전(前) 혈교의 세력으로 구성되었다는 점. 그들이 대량의 마물을 제조, 복원, 생산하고 있다는 점과 그 배후에 혈마, 태호공의 이름이 거론되었단 점까지. 모두가 경악할 만한 일들이지요.” 그러자 누군가 시퍼렇게 질린 얼굴로 물었다.
“맹주님.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닙니까? 다른 건 몰라도, 혈마 태호공은… 모용대협의 손에 죽었습니다.” 그 순간, 여기저기서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렇습니다. 혈마 태호공은 분명 죽었습니다.” “황당한 이야기가 아닙니까!” 홍련사태도 그들의 아우성을 충분히 이해했다.
분명, 혈마 태호공은 투신의 손에 죽었으니까….
그러나.
“혹, 혈마의 시신을 수습한 사람이 있소이까?” 물음은 생각지 못한 곳에서 튀어나왔다.
바로 백인화였다.

“당시 혈교의 토벌이 일단락되고 사후 처리는 EOS파워볼 후발대가 한 것으로 압니다. 선봉으로 나선 구대문파와 팔대세가의 고수들 대부분이 큰 부상을 입거나 전사한 탓이지요.” “하면, 이 자리에는 혈마의 시신을 수습한 사람이 없겠구려?” “백 방주님…….” 일순, 백인화가 좌석에서 일어나 중앙으로 발걸음을 옮긴 뒤, 말문을 뗐다.
“황당한 소릴 해서 놀라셨을 것이오. 하나, 세상에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많소. 예컨대, 강령술만 해도 그렇소. 죽은 자의 시체를 일으켜 조종하는 술법부터, 자연적으로 발생한 강시를 다루는 술법까지. 더불어, 방문좌도의 술수에 능한 술법사들은 때때로, 자연을 지배하기도 하오. 노영명이 천둔술로 먹구름과 우레를 생성해, 진 소협을 공격하는 것을 보셨지 않소이까?” 백인화의 말을 듣는 순간, 중인들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 서렸다.
만에 하나라도 혈마 태호공이 ‘부활’한 것이라면?
‘투신과 천마가 작고한 지금, 누가 그를 대적할 수 있단 말인가?’ 어느새 마음속에 불안감의 불티가 일어났다.
“백 방주님의 말에 동의합니다. 물론, 죽은 자를 부활시키는 사술은 고대 문헌에서도 찾을 수 없는 특이한 일이고 존재한다, 하더라도 그를 실현할 수 있는 법력의 소유자는 당대에 없다고 봅니다. 그러나 모든 일에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비하는 것은 병법의 기본이요, 철칙. 우리는 그에 합당한 대응 자세를 취해야 할 것입니다.” 이번에는 군사, 제갈혁이 나서 백인화의 의견에 힘을 보탰다.

웅성웅성-
별안간, 회의실에 경악과 혼란이 교차로 맴돌았다.
혈마가 살아있단 말은 믿을 수 없고, 믿기도 싫었으며, 절대 있어선 안 될 일이었으니까.
그때였다.
중인들의 대화를 잠자코 듣고 있던, 홍련사태가 나지막한 로투스바카라 음성으로 입을 연 것은.
“그래서 저는 더 이상, 이 사태를 미적지근하게 끌고 갈 수 없다는 판단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맹주님…….” “맹주…….” “지난 정기회의에서 제갈 군사가 제시한 천마신교와의 협력. 그를 추진할 생각입니다.” “아……!” “허……!” 원로들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당시 제갈혁이 제안했던 천마신교와의 협력은 백도의 출혈을 최소화하고 효과적으로 백련교를 토벌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할 나위 없이 실리적인 묘책이었다.
하나, 명문정파로 구성된 백도의 인물들은 태생적으로 궤를 달리하는 마교와 손을 잡을 수 없다며 그를 반대했기에 홍련사태는 일을 추진할 수 없었는데….
“여러분의 꺼림칙한 심정을 모르는바는 아닙니다. 하나 백련교가 혈교의 새로운 파생이라면. 백도의 힘만으로 그들을 토벌하기엔 너무나도 큰 출혈이 생길 게 자명합니다. 우리 늙은이들이야 죽어도 된다지만, 후학들의 목숨은 소중하지 않겠습니까?” 거듭되는 홍련사태의 설득에 중인들의 마음속에 잔잔한 파문이 일어났다.
비록 그들은 콧대 높고 자존심 강한 명문정파인이지만, 그 전에 누군가의 사부요, 누군가의 부모였다.

거룩한 희생 같은 거창한 말로 후학들의 죽음을 당위로 받아들일 냉혈한은 없었다.
“맹주님. 그러하심은?” “소어를 천마신교의 대표 교섭인으로 파견할 생각입니다.” ***
며칠 후-
모용세가 대연무장“하나!”
“무하아아안!” “둘!”
“체려어어억!” “하나!”
“육체에에에에!” “둘!”
“개조오오오오!” “이상! 금일 오전, 타작 수련과 체력 단련을 오픈홀덤 마친다. 한 시진 뒤에 안마도인술과 약수로 부상 부위를 치료할 테니까 그리 알고 집합할 수 있도록. 아! 참고로 저녁 수련, 한 사람도 빼먹지 마라. 오늘 저녁 수련은 심폐지구력 강화와, 근성 강화에 탁월한, ‘등산’이다. 물론 전력 질주로.” ‘상제시여… 제발 저 새끼 확 뒤지게 해주소서.’ ‘부처님… 저놈은 악귀입니다. 악귀는 지옥에 있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시발!!!’ 산지사방에서 모여든, 모용가의 새 식구들.
그들은 처음 무공을 배운단 소식을 들었을 때 기뻐서 길길이 날뛰었더랬다.

당연한 일이었으리라….
-와! 강호에서 위명을 떨치는 세이프게임 청년 고수 진소어에게 내가 무공을 배운다고?
-고수가 될 거야. 그래서 나도 명성을 날릴 거야!
-대성하지 못한다 해도, 무공을 배운다는 건 절호의 기회지. 두고두고 내 한 몸 보호하고, 살면서 억울한 일은 당하지 않을 테니까!
모두가 그러한 청운을 품었었다.
수련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하나 막상 ‘무한 체력’, ‘육체 개조’라는 기치 아래, 벌어지는 온갖 ‘인권 말살’의 참상을 겪으며 그들은 자신의 포부가 얼마나 허무맹랑한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
그러나.


-모용세가의 사전에 포기란 없다.
소어는 그들에게 포기할 수 있는 권한마저 박탈해버리고 말았다.
애당초 천지로 흩어진 모용성씨인들을 소집할 때부터, 그들을 군식구로 만들 생각 따윈 추호도 품지 않았다.
젊은 층은 무공을 가르쳐 세가의 전력에 보탬이 되게 하고, 나이 지긋한 어른들은 각자의 경험을 살려, 온갖 잡무에 투입할 생각이었다.
또한, 개중 학문이 뛰어난 이들에겐 세가의 사무를 맡기는 한편, 이재에 밝은 이들은 행정, 살림을 총관하는 대총관에게 넘기는(?) 효율적 인사를 단행했다.
“아! 제군들. 깜빡할 뻔했네. 쉬는 시간 동안 일체의 취식 행위 금지다?” “왜… 왜죠?” “응. 어차피 저녁 수련 때 모두 게워낼 거니까. 속은 비워둬라. 조금이라도 덜 고생하고 싶으면.” “아!!”
“너무합니다!” “좀 살려주시면 안 돼요?!” 아직 약관도 되지 않은 어린 남녀들은, 소어에게 어리광을 부려본다.

하나 소어에겐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에라! 엄살은. 살려주긴 뭘 살려줘? 내가 니들 죽이는 사람이냐?” “아~~~ 죽이는 사람 맞잖아요!” “진짜 너무해!” “이것들아! 니들은 그래도 지이이인짜 낮은 난이도로 수련하는 거라고. 이놈 봐라, 이놈! 이백이 놈을 봐. 외부제자가 된 지, 얼마나 됐다고 몸이, 몸이. 어? 아예 근육이 터질 듯하잖아.” 소어가 수제자 이백을 가리키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자 이백은 부끄러웠는지 얼굴을 붉히며 애꿎은 머리만 긁적였다.
“이놈 보소? 칭찬 한마디 해주니까 헤벌쭉하네?” “사… 사부님. 제가 언제 헤벌쭉했다고 그러십니까?” “아! 그렇구나. 이제 아예 제자 놈이 나한테 말대꾸도 하네. 다 내 부덕이지, 부덕이야.” “사부님…” “그런 의미에서 이백.” “네.”
“너는 휴식시간 동안 개인 지도다. 따라왓!” “넵!”
말이 끝나기 무섭게 쾌속한 뜀걸음으로 연무장을 벗어나는 두 사람을 보며 수련생들은 혀를 내둘렀다.
“그 사부에 그 제자야…” “진 공자야 그렇다 해도. 이백 저 친구는 아예 수련을 즐기는 거 같지 않아?” “독하다, 독해. 질기다, 질겨.” ***
“사부님? 여기는 왜?” 소어를 따라나선, 이백은 이내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개인 수련 지도라길래, 후원의 연무장에서 초식을 가다듬거나, 산행이 펼쳐질 줄 알았건만….

소어가 데려온 곳은 아직 완공되지 않은 제3 별관의 석실이었다.
“이백아.” “네?”
“너한테 줄 선물이 있다.” “선물… 말씀이십니까?” 선물이란 말에 이백의 눈이 빛났다.
소어는 석실 한켠에 덩그러니 놓여 있던 큼지막한 상자를 척- 원탁에 올리더니 이내 상자의 문을 열어젖혔다.
그러자.
“우와… 이게 다 뭡니까, 사부님?” “내가 명색이 사부인데, 지금까지 챙겨준 게 없어서 말이야. 그래서 준비했지. 크크큭.” “아 그래서 여기로 데리고 오신 거군요.” “풋내기 세가 수련생들한텐 비밀이다? 단체로 반발 일어나면 골치 아프니까. 너 재벌이잖아. 집에서 용돈 받은 걸로 샀다고 해!” “물론입니다.” “자! 입어 봐. 이것도 껴보고.” 선물은 바로, 상반신을 보호할 갑주와 한 쌍의 권갑이었다.
이백은 십초무적공을 배우고 있었기 때문에, 박투가로 장성할 터.
박투가에게 갑주와 권갑은 최고의 병장기였다.
“사부님. 갑주가 어찌 이리도 유연하고 탄력까지 머금은 것입니까.” “특수 소재로 제련된 거니까. 엄~~~청 비싸다. 권갑은 무려, <금강천잠사>로 만든 거야.” 그 순간.
“사부님의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제자, 정말 죽을힘을 다해서, 반드시 자랑스러운 무인이 될 것입니다!” 이백이 비장미를 뿜어내며 불쑥 큰절을 올렸다.

“워워! 그만해. 네 부친께서 본가에 투자하시는 돈만 해도 얼마나 많은데. 이 정도는 해줘야지.” 소어는 그런 이백을 일으키며 어깨를 다독였다.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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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백의 눈은 마치, 금시라도 ‘천하제일인’이 되겠다는 양, 불같은 안광을 담은 채였다.
‘어휴… 이놈 진짜 이럴 때마다, 부담스러워 죽겠네.’ 새삼, 다시 한번 소어는 이백의 뜨거운 열정에 기함했다.
“사부님! 수련시켜주십시오. 몸이 부서져도 괜찮습니다. 넋이 끊어져도 상관없습니다! 열심히! 또 열심히 하겠습니다!” ‘맙소사……!’ 소어는 지옥 교관으로서 처음 두려움을 느꼈다.
‘이놈 진짜 미친 듯이 굴려봐?’ 결국, 그런 악랄한(?) 생각을 떠올리던 와중.
“진 공자! 여기 계셨군요!” 석실 안으로 대총관이 들어왔다.
“어? 대총관님. 여기 있는 줄 어떻게 아셨어요?” “하하. 며칠 전부터 여기 이런저런 보물을 쟁여두시는 걸 봤지요.” “앗! 하하. 들켰네요? 한데, 무슨 일이십니까?” “진 공자! 당장 무림맹 본청으로 가셔야겠습니다.” “네?”
“맹주님의 긴급 호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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