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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일장춘몽은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2) 가까이 다가갈수록 호흡이 가빠졌다.
팔 하나 거리까지 다다랐을 때 섭정왕은 눈에 힘을 주며 두 손을 뻗었다.
다음 순간, 가늘고 부드러운 몸이 그의 품으로 들어왔다.
탕에 있던 사람은 갑작스러운 사태에 놀라 비명을 질렀다. 잊을 수 없는, 익숙한 목소리였다.
비명을 지른 심균당은 섭정왕의 품에서 미친 듯이 발버둥 쳤다.
하지만 몸이 왜소한 데다 무예를 익히지 않아 발버둥 쳐도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한껏 달아오른 섭정왕을 더 흥분시킬 뿐이었다.

섭정왕은 튼튼한 팔에 힘을 주어 두 팔을 꼼짝 못 하게 한 다음 다른 손으로 갸름한 턱을 쥔 다음 치켜 올렸다.
작은 얼굴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섭정왕이 갑자기 나타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표정이었다.
심균당은 목욕 중이라 더욱 난감했다. 아무 거리낌 없이 섭정왕이 욕탕으로 들이닥칠 줄 누가 알았으랴.
섭정왕은 입꼬리를 치켜 올리면서 눈썹도 살짝 치켜세웠다.
그는 품 안의 작은 소년을 응시했다. 심균당은 당혹해하면 눈물을 글썽거렸다. 촉촉이 젖은 눈에는 공포가 서려 있었다. 심균당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대, 대체 뭘 하시려는 겁니까?” 파워볼사이트
섭정왕은 조금 전 심균당이 웃으며 청첩장을 내밀었던 것이 불현듯 떠올랐다. 순간 울화가 치민 섭정왕은 사악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그의 귀에 입을 가져다 댔다. 뜨거운 숨결이 심균당의 달아오른 귓가에 뿜어졌다.
섭정왕은 심균당의 귀를 깨물며 협박했다.

“뭘 할 거냐고? 당연히 너를 범할 생각이지!” 파워볼게임 기절초풍할 만큼 놀란 심균당은 눈을 크게 뜨고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섭정왕을 응시했다.
섭정왕은 몸이 근질근질한지 자기도 모르게 욕망대로 움직였다.
가녀린 몸으로는 아무리 발버둥 쳐도 섭정왕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심균당이 눈물을 뚝뚝 흘려도 섭정왕은 놓아주지 않았다.
그는 결국 작은 소년의 몸을 찍어 눌러 원하는 바를 목전에 두게 되었다.
섭정왕은 구름 위라도 걷는 것처럼 몹시 흥분했다.
그는 속이 뻥 뚫린다는 듯 소리까지 질러 댔다.
하지만 작고 귀여운 얼굴은 점점 흐릿해졌다.


내시가 초조한 목소리로 섭정왕을 불렀다.
“전하, 시간이 되었습니다. 어서 일어나시지요.” 젊은 내시는 병풍 밖에 서서 섭정왕을 벌써 여러 차례 불렀다. 하지만 섭정왕은 죽은 것처럼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평소 같으면 한 번 불렀을 때 바로 깨어났던 그에게 오늘과 같은 상황은 처음이었다.
젊은 내시는 초조한 마음에 식은땀을 흘렸다.
섭정왕의 조회 참석을 그르치게 되면 보잘것없는 제 목숨이 순식간에 사라질 수도 있었다.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젊은 내시는 목청을 한껏 높여 다시 주인을 불렀다.
섭정왕은 내시의 목소리에 이끌려 꿈에서 깨어났다.
천천히 눈을 뜨자 황금용이 수놓아 엔트리파워볼 진 휘장이 보였다. 섭정왕은 짜증을 내며 내시에게 알았다고 말했다.
밖에 있던 내시는 염라대왕의 목소리를 듣고 가슴을 쓸어내린 다음 씻을 물을 준비하러 나갔다.
잠에서 깨어난 섭정왕은 평소처럼 이불을 걷고 잠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이불을 들추자마자 섭정왕의 낯빛이 EOS파워볼 어두워졌다.
그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축축이 젖은 바지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아침이면 당연히 일어나는 ‘남자의 반응’도 확인했다.
섭정왕은 세상에 둘도 없는 희한한 표정을 지었다.
그제야 그는 한 차례 일장춘몽을 꾸었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사실 몽정에 가까웠지만 말이다.
더구나 그 대상은 젖비린내도 가시지 않은 심균당이었다.
오랜 세월 동정을 지켜 온 섭정왕이었건만 하필이면 첫 몽정의 상대가 여자가 아니라니…….
생각만으로도 끔찍했던 섭정왕의 낯빛은 점점 검게 변했다. 그는 당장에라도 심균당을 잡아 와 요절내고 싶었다.
침상에 앉아 반각 동안 심호흡을 한 후에야 섭정왕은 평정심을 되찾았다.
옷을 갈아입히던 내시는 평소와 다른 주인의 아랫도리에 주목했다.

시중을 들던 내시 둘은 무척 당혹스러워하며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때 이미 마음이 평온해진 섭정왕은 예리한 눈빛으로 내시들을 훑어보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두 내시는 털썩 바닥에 주저앉으며 황공하다는 듯 대답했다.
“전하, 걱정하지 마십시오. 쇤네들은 아무것도 보지 못했습니다.” 섭정왕은 차갑게 콧방귀를 뀐 다음 방을 나갔다.
바들바들 떨고 있던 내시들은 죽다가 살아난 것처럼 안도하며 서로를 마주 보았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침궁을 나서려는데 위 공공이 보였다. 밤새도록 침궁 대전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었던 것 같았다.
섭정왕은 뒤를 따르는 진축을 힐끔 쳐다보았다. 진축은 멈칫했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섭정왕은 조회에 참석하기 위해 말을 타고 황궁으로 향했다.
늦가을의 이른 아침.
황궁으로 난 넓은 대로를 가면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가 내쉬자 입에서 하얀 김이 뿜어져 나왔다.
섭정왕은 굳이 말을 몰 필요가 없었다. 매일 같이 황궁을 오간 말은 익숙한 길을 능숙하게 찾아갔다.
평소 같으면 황궁으로 가는 동안이 머리가 제일 맑았다. 나랏일을 생각하기에 좋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오늘 그의 머릿속에는 나랏일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었다. 그는 한 가지 문제에 골몰하고 있었다.
섭정왕은 어젯밤 꿈을 떠올렸다. 그는 하나도 빠짐없이 꿈을 기억하고 있었지만 유독 벽청지 장면은 왠지 모호했다.

자기도 모르게 고삐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숨을 깊게 들이켠 다음 미간을 모으고 기억을 떠올려 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기억을 떠올려 보아도 속이 시원했던 느낌만 기억날 뿐 심균당을 어떻게 다루었는지 생각나지 않았다.
특히 옷을 벗겼을 때 피부가 하얬다는 것만 기억날 뿐 남자였는지 여자였는지도 도무지 기억나지 않았다.
섭정왕은 부아가 치밀었다. 얼굴에도 감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꿈속으로 다시 들어가 확인해 보고 싶어 미칠 지경이었다.
잠시 후 황궁에 도착한 섭정왕은 조회가 열리는 로투스바카라 금전(金殿)으로 들어갔다.
자리에 앉은 섭정왕은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이었지만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예부상서(禮部尙書)가 제례를 올리는 문제와 관련해 보고했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조회를 끝내고 어서방으로 돌아온 섭정왕은 뒤따르던 진축에게 물었다.
“왜 어사대부는 조회에 나오지 않았지?” 멈칫하던 진축은 이내 대답했다.
“전하께서 요사이 바쁘셔서 잊으셨나 봅니다. 작위와 관직을 물려받은 영흥후부의 세자는 인수인계를 받기 위해 열흘 남짓 휴가를 받았습니다. 조회에 나오려면 며칠 더 있어야 합니다, 전하.” 섭정왕은 그제야 그 일이 생각이 났다.
‘그렇다면 시간이 더 지나야 젊은 영흥후를 볼 수 있다는 건가? 왜 이리 쓸쓸한 기분이 드는 거지.’ 섭정왕은 왠지 숨통이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마음이 우울해지자 어서방에도 먹구름이 드리운 듯했다.


영흥후부의 자기 처소에 누워 있던 심균당은 ‘사나운 수사자’에게 찍혔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침상에 누운 그녀는 탕파(*湯婆: 뜨거운 물을 넣어 몸을 덥히는, 쇠나 구리로 만든 그릇)를 끌어안고 고통에 신음했다.
심균당의 작은 얼굴이 창백해졌다. 배에서 전해지는 고통 때문에 옅은 눈썹이 미간 사이로 좁혀졌다. 칼로 후벼 파는 듯한 고통 탓에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현대에서 있을 때도 그녀는 심하지는 않았지만 생리통을 겪곤 했다.
언젠가 외할머니는 그녀를 한의원에 데리고 갔다.
진맥을 받고 몇 달 치 약을 지어 먹은 후에야 생리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런데 연나라에서 와서 다시 생리통의 굴레에 빠질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심균당은 너무 아파 반쯤 정신이 나가 있었다. 탕파를 끌어안고 설탕물을 마셨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이 육신이 경험하는 첫 월경이라서 그런지 몇 년 동안 꾹꾹 억누르고 있던 생리통이 한꺼번에 밀려오는 듯했다.
이불을 꽁꽁 싸매고 누운 심균당은 얼굴까지 몹시 창백해져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백매는 침상 옆을 지키며 따뜻한 수건으로 땀을 닦아 주었다. 가끔 위로의 말을 몇 마디 건네기도 했다.
하지만 고통이 점점 심해지자 아예 정신을 잃어버리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복수당 노부인은 다른 시녀를 모두 물리고 심복 갈씨 어멈만 남게 했다.
노부인은 급히 달려온 영춘에게 물었다.
“이리 허둥지둥 달려오다니, 대체 무슨 일이냐? 아당한테 큰일이라도 생긴 것이냐?” 영춘은 정색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노부인, 나리께서 월경을 시작하셨습니다.” 순간 어안이 벙벙해진 노부인은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노부인은 심균당이 여자라는 걸 늘 인식하고 있었지만 어릴 때부터 남자로 키워 왔기 때문에 이제는 그녀가 손자라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
습관적으로 심균당이 정말 영흥후부의 적장자이니 가문을 이끌어 나갈 수 있다고 여겼던 것이다.
그러나 심균당의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가 노부인을 깨우쳐 주고 있었다.
노부인을 비롯한 심씨 가문이 기대를 걸고 있는 심균당이 실은 남자가 아니라 다른 적녀와 다를 게 없는 여자일 뿐이라는 사실을…….
노부인은 잠시 넋을 놓고 있다가 차차 정신을 차렸다.

노부인은 갈씨 어멈에게 손을 내밀었다. 갈씨 어멈은 급히 노부인을 부축했다.
“가자. 소풍거에 가서 아당을 살펴봐야겠다.” 거센 파도처럼 밀려왔던 고통이 마침내 잦아들자 심균당은 몽롱했던 의식을 점차 회복했다. 그는 힘겹게 눈을 떴다. 할머니가 한껏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침상 옆에 앉아 있었다. 할머니는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닦아 주려고 했다.
어리둥절하던 심균당은 쉰 목소리로 소리쳤다.
“할머니!”
노부인은 자상하게 미소를 지었다.
“아직도 아프냐?”
심균당은 고개를 가로젓고는 옆에 있는 백매에게 손짓했다. 백매가 몸을 일으켜 앉혀 주었다.
“할머니, 전 괜찮아요. 여기까지 어떻게 오셨어요.” 노부인은 심균당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입술을 꼭 다물었다.
“아당아, 이 할미가 부족한 탓에 네가 고생이 많구나.” 노부인은 정말 마음이 아파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

노부인이 그렇게 말할 줄 예상하지 못했던 탓에 심균당은 얼떨떨했다.
솔직히 그녀는 원래의 심균당이 아니었기 때문에 남장 여인으로 살아가는 것을 크게 개의치 않았다. 좀 부담스럽고 억울하긴 했지만 도망이 실패한 이후론 이것도 운명인가 보다 하고 넘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심균당을 대하는 노부인의 마음은 진심이었다.


이미 새로운 영혼이 들어앉은 현재의 심균당도 그쯤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할머니, 무슨 말씀이세요. 저도 심씨 가문의 후손이니 가문을 이끌어 갈 책임이 있어요. 마땅히 짊어져야 할 일이고 억울할 것도 없어요.” 노부인은 땀으로 젖은 심균당의 손을 토닥였다.
“영춘이가 네 얘기를 해 주었을 때 이 할미가 생각해 보았단다. 우리 심씨 가문이 왜 부귀영화와 조상의 명예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지 말이다. 이게 다 우리의 욕심 때문이라는 생각이 드는구나. 네 할아버지는 몸져누워 있고 우리 가문은 대를 이를 적자도 없어 여자인 네가 억지로 지탱하고 있을 뿐이지. 더구나 섭정왕은 널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잖니. 일단은 조정에 나가 있다가 기회를 봐서 은퇴하도록 하거라.” 작위와 관직이 사라진다고 해도 가족이 함께 평안하게 살 수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았다.
아무리 대단한 영웅호걸도 죽으면 한 줌의 흙이 되고 강대한 왕국도 사라지는 날이 오게 마련이었다.
시기가 빨리 오느냐 늦게 오느냐의 차이일 뿐 세상의 이치는 변하지 않는다.

심씨 가문이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데 죽자고 버틴다 한들 결국에는 쇠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을 게 뻔했다.
서둘러 가산을 정리한 후 부유한 농가(農家)가 되어 세상과 다투지 않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심균당은 내심 조금 놀랐다. 할머니가 자신에게 그런 말을 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심씨 가문이 모든 걸 내려놓고 은둔에 들어간다고?’ 심균당은 할머니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잠시 후 그는 할머니의 말이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임을 확신했다.
노부인은 역사의 무대에서 내려와 평범하게 살고 싶었다.
잠시 어리둥절했던 심균당이 말했다.
“할머니, 진심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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